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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겼다고 맛까지 못생긴 건 아니죠" 착즙기 한 대 들고 전국 누볐다

'못난이 농산물 주스' 오롯이 최연희 대표

2026.09.07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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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최연희 대표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군의 한 사과밭에서 방금 딴 사과와 주스를 들고 있다. 최 대표는 지역 농가의 못난이 과일·채소 등으로 주스를 만들어 판매한다. 사진 C영상미디어
'오롯이' 최연희 대표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군의 한 사과밭에서 방금 딴 사과와 주스를 들고 있다. 최 대표는 지역 농가의 못난이 과일·채소 등으로 주스를 만들어 판매한다. 사진 C영상미디어

8월 초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군의 한 사과밭. 홍로가 붉게 익어가는 과수원 위로 갑자기 수백 개의 종소리가 울렸다. 새를 쫓기 위해 나무 곳곳에 매달아둔 종이었다.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였지만 착즙주스 브랜드 '오롯이'의 최연희 대표는 태연했다. 좋은 농산물을 찾아 지역 농가를 직접 찾아다니는 그에게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역 농가 10여 곳을 출근도장 찍듯 찾는다. 착즙주스의 품질은 결국 좋은 원물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그가 눈여겨보는 것은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이다. 맛과 영양에는 문제가 없지만 색이 곱지 않거나 규격에서 벗어난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이다.

그는 매년 수십 톤의 못난이 농산물을 주스로 만들며 농가와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왔다. 그 결과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한 '2026 농촌창업 경진대회'에서 '로컬푸드 농촌창업 분야' 우수 사례로 최종 선정됐다. 전국에서 지원한 178개 팀 가운데 다른 6개 기업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광주특별시의 한 백화점에 입점해 주스를 판매하고 구독서비스 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창업 이후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매일 수만 보씩 걸으며 직접 주스를 배달했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착즙기를 들고 전국을 누볐다.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일쑤였고 사기를 당해 힘든 시기도 겪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거절 역시 사업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농산물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직접 텃밭까지 가꿨다. 이제는 거래하는 농부들이 다른 농가를 소개해줄 만큼 신뢰도 쌓았다. 꿈도 커졌다. 수출을 염두에 둔 새로운 제품까지 개발했다.

광주특별시의 50㎡(15평) 남짓한 작업장에서 시작해 지역 농가와 함께 성장해온 청년 사장님의 다음 행보는 어디일까. 이제 막 익어가는 사과를 보러 농장에 나온 최 대표를 붙잡고 그의 '오롯한' 도전기를 들었다.

'오롯이' 최연희 대표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군의 한 사과밭에서 밭주인 기승섭 씨와 사과를 고르며 웃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오롯이' 최연희 대표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군의 한 사과밭에서 밭주인 기승섭 씨와 사과를 고르며 웃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오롯이'의 시작이 궁금하다.

원래 병원에서 일했다. 그때도 건강에 관심이 많아 매일 아침 과일과 채소로 주스를 만들어 마셨다. 동료들에게도 나눠줬는데 어느 날 한 동료가 '팔아보면 어떻겠느냐'고 하더라. 그 말을 계기로 사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직접 전단지를 디자인해 1000장을 만들고 새벽마다 집집이 돌렸다. 감사하게도 25명 정도가 주스를 먹어보겠다고 연락을 줬다. 2주 동안 새벽 3시에 일어나 6시까지 주스를 만들고 자전거로 일일이 배달한 뒤 출근했다. 고객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에 돈을 받지도 않았다. 주스가 맛있고 건강하다는 것과 돈을 내고 사먹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려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고객들의 조언이 간절했다.

월세 30만 원짜리 작업장에서 시작했다고.

구독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월세 30만 원을 내고 작업장을 얻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보기 힘든 외진 곳이었다. 작업장이 있다고 오롯이가 저절로 알려지는 건 아니었다. 팝업 행사 등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착즙기 한 대 짊어지고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찾아갔다. 하루 종일 나가 열 잔밖에 팔지 못한 날도 있었다. '내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고객과 시장은 알아주질 않는구나' 하는 생각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객을 만나는 횟수를 더 늘렸다.

농가와 직접 거래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있었나.

처음에는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원물을 샀다. 그런데 유통과정의 수수료가 상당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직거래를 떠올렸다.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가 생기고 소비자는 더 신선한 재료를 접할 수 있다. 오롯이 역시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유통 과정이 줄어들면 환경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농가들이 선뜻 문을 열어주던가.

농장주마다 달랐다. 누군가의 소개를 받아 찾아가지 않는 이상 대부분 거리를 두더라. 젊은 청년이 찾아온 것이 반갑기도 했겠지만 '얼마나 오래갈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진심을 알아보기까지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다행히 20년 넘게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어르신들 대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삼고초려한 농가도 있겠다.

여러 곳 있다. 초창기에는 소비할 수 있는 물량이 많지 않아 많은 양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파는 농가가 아니다"라며 거래를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운전도 잘 못하던 시절이라 바짝 긴장한 채 일주일에 한두 번씩 찾아갔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을 열어주더라. 그럼에도 연이 닿지 않은 곳도 있다. 현재는 10여 개 농가에서 연 80~90톤 정도의 과일과 채소를 사들인다.

왜 하필 못난이 농산물이었나.

2023년 한 해 동안 매주 주말 농작물 재배 실습을 할 수 있는 광주토종학교에서 주민들과 함께 텃밭을 가꿨다. 직접 농작물을 키워보니 모양이 조금 못생겼다고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맛이 더 진한 경우도 있었다. 주스는 재료의 모양보다 맛이 중요하다. 농가에서도 못난이 농작물로 즙 등을 만들지 않는 이상 대부분 팔기 어려워 폐기한다. 우리는 원가를 낮출 수 있고 농가는 버려질 농산물을 팔 수 있으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이었다.

최 대표에게 매달 800㎏ 가까이 사과를 판매하는 농장주 기승섭 씨는 "못난이 사과는 보통 즙을 짜는 데 활용한다. 하지만 가공해도 1년 정도밖에 보관하지 못하고 기간 내 팔지 못하면 결국 버린다"며 "최 대표가 이를 가져가 써주니 농장에도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농산물 시장에서 못난이 농작물은 규격 외라는 이유로 판매가 어려워 아예 수확조차 하지 않는 농가도 적지 않다.

직접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사업에 영향을 줬나.

흙을 만지고 먹거리를 직접 키우면서 농사의 수고로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반장까지 맡아 50~60대 어르신들과 함께 키운 작물로 음식도 만들어 먹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때 만난 분들이 농장주를 비롯해 여러 사람을 소개해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착즙주스는 사실 흔한 아이템 아닌가.

맞다. '지역 농산물로 만든 주스'라는 것만으로는 판매가 쉽지 않다. 사업을 시작할 때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다 정부의 예비창업패키지 지원 사업을 알게 됐고 참여를 통해 제품화에 성공했다. 이후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구독서비스를 어떻게 확장할지 아이디어를 얻었고 소상공인 투자연계 지원사업 립스(LIPS)에도 도전해 제품을 고도화하고 프리미엄 채널에 입점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건강을 중심으로 주스를 설계했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과일·채소 주스 한 병에는 당이 20g 이상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오롯이는 끓이지 않는 방식으로 주스를 만들어 당 함량을 9g 이내로 낮췄다. 별도의 첨가물도 넣지 않기 때문에 사과 주스 한 잔을 만들 때 사과 두 개가 들어간다.

정부 지원 사업을 잘 활용했다.

여러 사업에 참여하면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지원은 멘토링과 사업화 자금이었다. 나처럼 자본이 없는 창업자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정부 지원 사업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정작 사업의 본질이 훼손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래서 1년에 하나 정도만 참여하려고 한다.

백화점 입점 과정도 쉽진 않았을 텐데.

백화점에서 팝업 매장을 열고 싶어 관계자를 계속 찾아다녔다. 한 백화점에서 먼저 팝업을 열고 고객 반응을 살핀 뒤 입점 여부를 결정하자고 하더라. 식품매장 마트 계산대 한쪽에 작은 자리를 내줬다. 단기 입점이었지만 밤을 새워 인테리어를 했다. 불에 타지 않는 필름을 써야 하는 등 맞춰야 할 조건도 많았지만 즐거웠다.

그런데 순탄하게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오롯이 주스는 끓이지 않다 보니 냉장보관을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세균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팝업 매장 공사에 들어가기 하루 전날 백화점 연구소에서 품질에 문제를 제기해 입점이 어렵게 됐다. 그 길로 바로 새벽에 주스를 만들어서 연구소에 찾아가 재검사를 요청했다. 다행히 합격 판정을 받아 팝업 매장을 열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투지가 대단하다.

창업하고 지금까지 쉬운 과정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편하게 살기 위해 창업한 게 아니지 않나. 어렵고 부족하더라도 일단 시작하고 부딪치면서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하나씩 보완했다. 2023년 세무서에 소득신고를 하러 갔는데 연매출이 1000만 원이었다. 세무서 직원이 '0' 하나를 빼먹은 것 아니냐고 놀라더라. 2~3년 동안 다양한 행사장에서 고객들을 만났지만 결과가 빠르게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차근차근 쌓아올렸다. 그 결과 2025년에는 부가수입을 포함해 연매출 3억 원을 달성했다.

이제는 주변의 시선도 달라졌겠다.

집안에 사업하는 분도 없고 부모님도 처음에는 반대했다. 실제 정말 어려웠던 시기에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다행히 잘 해결됐지만 정말 괴로웠다. 지금은 부모님은 물론 주변에서 도와주신 분들도 흐뭇하게 바라봐준다.

목표는 어디까지인가.

매장에서 하루 평균 200~300잔 정도 판매하고 구독서비스도 계속하고 있다. 로컬을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각 지역에 매장을 두면서 수도권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수출도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배를 기본으로 여러 농작물을 블렌딩한 캔음료도 개발했다. 오롯이라는 브랜드가 뻗어나갈수록 지역 농산물의 가치도 함께 알려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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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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