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전국의 부장검사 여러분!

지난 5월 2일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습니다.

촛불집회는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평화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도로를 점거하고 공공 기물을 파손하며, 급기야는 청와대 진출까지 시도하는 폭력시위로 변질되어 갔습니다.

도심 곳곳의 교통이 밤마다 마비되고 폭력과 무질서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쇠파이프, 각목, 망치, 새총과 같은 위험한 물건들이 시위 때마다 등장하고 있습니다.

경찰버스를 파손하거나 전·의경을 무차별 폭행하면서 공권력의 권위를 짓밟는 것이 일상사가 되고, 시위진압과정에서 부상당하는 경찰과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취재 기자를 폭행하고, 광고주들을 협박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반출을 저지하며 정당한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 검찰에서는 어떻게 해야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고심을 거듭해 왔습니다.

지난 5월 27일 유관기관협의회를 개최하여 평화적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고 일시적·우발적 위법은 계도하되, 불법폭력에는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다만, 건강 문제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절박한 마음과 시민의 안전을 고려하여 공권력 행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이번 사태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습니다.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게 하였던 문제점들은 미국과의 추가협상으로 상당 부분 해결되었습니다.

시위에 참여하는 일반 시민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시위 현장에는 쇠고기 민심에 편승하여 자신들의 의사나 이익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각종 단체의 깃발이 등장하였습니다.

쇠고기 문제와는 무관한 반정부 구호가 등장하고,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불법과 폭력이 다반사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법이 훼손되고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개탄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폭력으로 얼룩진 서울 도심을 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평화로운 공간으로 되돌려 놓아야 하겠습니다.

부장검사 여러분!

법과 질서가 제대로 확립되어야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 절제되지 않은 민주주의는 시민의 자유를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다”(뉴스위크 편집장 Fareed Zakaria의 저서 ‘자유의 미래’)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봅시다.

정부정책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그때마다 거리로 뛰쳐나와 불법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의 자유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갈등은 궁극적으로 헌법이 정한 대의 민주적 절차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여과되고 조정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국민의 자유와 안전과 행복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기본 약속입니다.

이러한 점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면서, 여러분께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불법과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총력대응체제를 구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의 시위 양상은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면서 법질서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습니다.
불법과 폭력을 더 이상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는 법 대신 힘이 지배하는 사회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법과 원칙이 바로 선 자유 민주국가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불법과 폭력 퇴치에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망치나 쇠파이프 같은 위험한 물건으로 경찰을 공격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이런 과격시위를 주도한 세력과 전문시위꾼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추적해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다만, 불법과 폭력에 대한 검찰의 엄정 대처 방침이 일반 시민들의 정당한 권리와 자유를 제약하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선량한 시민들의 정당한 주장에는 귀를 기울이되, 그 등 뒤에 숨어 불법과 폭력을 저지르는 세력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근로조건 개선과 무관한 불법 정치 파업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그 법적 책임을 추궁해야 합니다.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노총의 총파업 움직임은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법질서 확립이라는 검찰의 기본적 책무를 한 치의 차질 없이 완수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둘째, 무분별한 주장과 선동으로 공동체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집단적인 사이버 폭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입니다.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전은 그 동안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부작용으로 인한 폐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심각한 실정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근거 없는 허위 정보를 확산시켜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증폭시키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한 악의적 명예훼손이나, 집단적인 사이버 폭력의 폐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터넷이 보다 윤택한 미래를 약속하는 귀중한 자산으로서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 역기능을 적절히 제어할 때입니다.

현실 공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사이버 공간에서도 불법과 폭력이 방치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터넷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의사소통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특별과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하겠습니다.

셋째, 외국산 쇠고기 유통과 관련하여 원산지 허위표시 사범을 철저히 단속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사태는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을 둘러싼 불안감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수입 쇠고기의 원산지나 유통 경로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런 만큼 정부에서 시행하는 ‘원산지 표시제도’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지켜져서 국민들이 원하는 쇠고기를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경우에는 형사 처벌 뿐만 아니라, 강력한 행정 제재가 병행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유기적으로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넷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원칙과 정도에 따라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법과 폭력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은 검찰의 당연한 소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검찰의 정당한 법 집행을 근거 없이 비난하거나 검찰을 흔들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논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견강부회하기도 하고 검찰 수사의 독자성을 문제 삼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검찰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준 사법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어떤 경우라도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항상 공정한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검찰 수사의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국의 부장검사 여러분!

지금은 매우 어렵고 힘든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법과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 나가야 합니다.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시류에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무엇이 원칙인지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해야 합니다(是謂是, 非謂非, 曰直 - 순자 수신편).

나라의 장래를 위해 무엇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고, 그 옳은 것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자녀의 미래를 걱정해 촛불을 들었던 것처럼, 건강한 법질서 역시 우리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우리 자녀들이 불만과 항의를 표출하기 위해 언제든지 길거리에 나서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별다른 죄의식 없이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견해를 달리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자기 생각을 강요하고 협박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먼 훗날 우리 세대가 우리의 어린 자녀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한 세대로 기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매 순간 순간마다 국민과 역사 앞에 거짓 없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갑시다.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6월 30일
검찰총장 임채진